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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비지니스 / 프레스티지 후기 : 인천 - 취리히 B777-300ER 탑승

호기심을 품고사는 중 2020. 6. 2. 09:23

3주 가량의 짧았지만 넘나 빡세서 피곤하기 그지없었던 한국 체류를 마치고 이제 돌아갈 시간. 남편과 함께 오면서 밥솥을 포함 많은 짐을 가져가기로 작정했던 터 & 공교롭게도 돌아가는 날이 3번째 결혼기념일이었기에 마일리지로 대한항공 비지니스 인천-취리히 편도를 끊어놓았다. 이번 발권으로 남편의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탈탈 털었고, 그마저도 모자라서 내 마일리지 가져다 썼다.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좌석의 경우 1인당 화물로 보내는 수화물이 32kg 짜리 각각 두개, 기내용 캐리어 2개씩 반입 가능하다. 화물 캐리어 4개, 기내용 캐리어 3개의 짐을 싸면서 친정 식구들이 이사가냐고 물을 정도로 엄청난 캐리어를 싸들고 왔다.

대한항공에서도 이코노미 좌석부터는 카운터 대신 외국 항공사들처럼 셀프 체크인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한다. 프레스티지 & 퍼스트 좌석은 현황대로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A 카운터를 찾아가면 된다. 들어가는 길목에 스태프가 두 명 정도 상주하고 있어서, 표를 확인한 후 내부로 들여보내준다.

들어가서 왼편은 대한항공 비즈니스 체크인 카운터고, 오른쪽이 퍼스트 체크인 카운터. 평일인데다 성수기가 막 지난 9월 초입이라 그런가 아주 한산했다. 기다릴 것도 없이 금방 짐 부치고 티켓 받았다.

탑승권 받고 면세품 수령 후 라운지에서 쉬다가 탑승하러 갔다.

스위스에 산지 2년이 되었지만 지금껏 못 가본 취리히. 대한항공 직항이 취리히만 운행하는 관계로 드디어 가보게 되었네

대한항공 취리히행은 일주일에 세 번만 운행을 하는 관계로 성수기 마일리지 티켓을 끊으려면 마일리지 좌석이 풀리는 1년여 전부터 대기해야 하고, 나 또한 4월에 몇 좌석 안 남은 것을 마지막으로 성공했었다. 그러다보니 이날도 프레스티지석은 거의 만석에 가까운 풀이었다.

남편과 내가 앉은 좌석. 가운데좌석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앉을 수 있지만, 비행기 탈 때마다 창문 밖을 보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서 그냥 창가 좌석으로 티켓팅했다.

우리가 탄 B777-300ER은 프레스티지 스위트 좌석으로, 요런 구조로 좌석이 배치되어 있어서 옆 사람과 얼굴을 마주보기는 어렵지만 대신 화장실을 간다거나 하는 이유로 자리에서 일어날 때 서로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좌석 오른쪽에는 작은 크기의 수납함이 있고, 안에 생수 한 병, 슬리퍼, 보스 헤드폰, 어메니티 파우치가 미리 준비되어 있다.

창가 바로 옆 좌석은 이렇게 발 받침대쪽에 작은 크기의 여분의 수납함이 하나 더 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좌석 조정 버튼.

수납함 앞에는 리모콘을 내장할 수 있는 형태로 배치해두었다.

내가 앉은 좌석에서 사용한 조명등. 좌석 배치 구조상 이렇게 사이가 떠서 창가가 아니어도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남편이랑 타서 좋은 점 : 남편이 내 사진을 찍어준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가져다 주시는 웰컴 샴페인으로 본의아니게 비행기에서 보내게 된 결혼기념일을 축하해봄. 결혼 이후로 매년 결혼 기념일은 다른 나라에서 보내고 있는데, 이날은 도대체 몇 개의 나라를 (상공으로) 가는거지? ㅋㅋㅋ

최근에 대한항공이 어메니티를 싹 바꿨다더니 슬리퍼도 바뀌었다. 원래 대한항공 비지니스석은 회색빛의 엄청 얇은 재질의 슬리퍼를 줬었는데, 요번에 타 보니 연베이지색에 조금 더 도톰해진 슬리퍼를 제공해주었다.

어메니티 파우치 색깔도 바뀌었고, 바디로션, 핸드크림, 립밤은 원래 다비(DAVI) 제품을 줬었는데 지금은 아틀리에 코롱 제품으로 바뀌었다. 그외에 칫솔 & 치약, 헤어 브러쉬, 미니 구두주걱, 안대는 변동이 없었다.

갠적으로 다비보다는 아틀리에 코롱이 맘에 드는구만 ㅎ 참고로 퍼스트 좌석은 어메니티 파우치가 무려 비닐(ㅋㅋㅋㅋㅋ)로 바뀌었다고 함

기내식 메뉴판을 탐구해보자.

알쓰인 나는 페리에 주에 샴페인만 두 잔 마시고도 터질 것 같은 토마토가 되었다고 한다(...) 남편은 나 대신 페리에 주에를 원없이 들이키고, 레드 와인 원산지로 유명한 보르도산 화이트 와인이 들어와 있는게 재미있다며 화이트 와인도 한 잔 했다.

비빔밥... 이제 그만 먹고 싶어...

동치미 국수... 너도 이제 그만 만나고 싶은데 변하질 않는구나?

결혼기념일이라고 간만에 프로포즈링 껴주었다.

식전주 서비스로 나오는 허브, 오일을 곁들인 모짜렐라 치즈.

페리에 주에 샴페인을 콸콸콸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며 또 짠

전채로 나온 발사믹 드레싱을 곁들인 새우와 야채 샐러드, 렌즈콩 크림수프

새우가 오동통통 크고 맛있었다.

비빔밥도 지겹고 카레도 먹기 싫고 스테이크도 싫어서 선택한 광어요리. 감자와 각종 야채에 토마토 소스를 곁들였다.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소화가 잘 안 되고 헛배가 부르다보니 라이트한 밀이 좋다

나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와인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를 선택한 남편. 레어로 굽기를 요청했으나 미디움웰던 정도로 나온 듯. 대한항공 스테이크는 언제나 요청보다 오버쿡되는 경향이 있으니 참조하시라

뒤이어 나온 치즈 카트. 이날의 치즈는 문스터,카망베르, 푸름 당베르. 푸름 당베르는 처음 보는 치즈였다

까망베르는 아는 맛이니까 그거만 빼고 달라고 했다.

푸름 당베르는 로크포르처럼 푸른 곰팡이 숭숭 핀 꼬릿꼬릿한 치즈였다

디저트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과 바닐라 초콜릿 무스 케이크 중 택 1. 나의 초이스는 딸기맛 하겐다즈

남편은 바닐라 초콜렛 무스 케이크를 선택

그리고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한항공 기념일 케이크 서비스이나... 사라지기 전에 결혼기념일이라고 신청해 두었던거라 점심식사 후 이렇게 서브해 주셔서 조촐하게나마 결혼기념일 기분을 좀 내봤다.

남편이 나무로 만든 엽서 위에 레이저로 조각해서 준 세번째 결혼기념일 편지.

점심식사가 끝나면 조그만 미스트를 나눠주신다. 기내가 하도 건조하다보니 필템

밥 다 먹고 나니 울란바토르 상공 위를 지나는 중이었다.

12시간의 비행은 언제나 참 멀고도 멀구나... 밥 먹고 불을 싹 꺼주셔서, 누워서 한 숨 푹 잤다. 한국 올 때 탔던 영국항공과 비교하면 좌석 디자인이 훨씬 낫던 대한항공 비지니스. 영국항공 비지니스는 일단 미친듯이 때려넣은 좌석 수에, 역방향 좌석에, 누워 있어도 골이 아프도록 울리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진동때문에 마치 시장바닥(?)에 누워있는 기분이었는데. 인천-취리히 편에서는 불편함 없이 누워서 푹 잘 수 있었다.

자다가 중간에 일어나 요청한 비지니스 라면.ㅎㅎㅎ 이날 먹은 기내식 중에 라면이 제일 맛있었음

저녁식사는 오렌지와 자몽 샐러드에 레몬드레싱.

동치미 국수 먹기 싫어서 보르도식 소스를 곁들였다는 닭고기를 주문했는데 닭고기 비린내가 너무 심하게 나서 거의 못 먹고 남겼다. 그냥 중식 해산물 두부 요리 시켜볼걸 ㅠㅠ

디저트는 간단하게 과일이랑 홍차.

그리고 랜딩할 때까지 굿닥터 시즌1을 보며 왔다.

바깥에 보이는 초록초록한 풍경을 보니 스위스에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 매우 실감이 났다(...)

제네바 공항과 달리 취리히 공항은 확실히 규모가 있더라. 대한항공에서 내려서 셔틀트레인 타고 이동해야 해서 깜놀했음.

스위스 남부 시골에 사는 우리에게 취리히 공항은 넘나 먼 곳이라, 저 많은 캐리어를 절대 우리가 지고 올 수 없었다. 그래서 공항 도착 후 기차역에서 캐리어 이동 서비스를 맡겼다. 김치 들고온 캐리어 빼고 큰 캐리어 3개를 맡겼는데, 웬일로 현재 프로모션 중이어서 예상보다 저렴한 35프랑에 캐리어 3개를 다 맡겼다. 스위스 기차 타 보면 알겠지만 큰 캐리어 이고지고 이동하는 게 보통 고생이 아닌지라 마음에 쏙 드는 서비스.

취리히 공항에서 우리집까지 기차로 거의 네 시간이 걸렸는데, 제네바 공항은 직항이 없어 갈아타는 시간이 드는지라 결론적으로는 제네바로 오는 것과 별 차이 없이 집에 도착한 것 같다. 이날따라 과속을 했는지 예상 도착 시간보다 한시간이나 일찍 취리히에 도착한 덕분에 기차도 일찍 탔고. 기차 타는 게 피곤했지만 비행기에서 편히 누워서 와서 그런지 남편도 나도 덜 피곤한 게 느껴진다. 역시 돈이 최고시다 ㅠㅠ

이젠 스위스 우리집이 집처럼 느껴진다. 보고팠던 노아와 폼폼이 계속 치대는 걸 보니 애들이 그간 우리가 많이 보고싶었구나 느껴져서 짠하고 ㅠㅠ 그동안 쌓인 고양이 털들을 비롯해 집 청소 싹 하고, 짐 슬슬 정리하고, 다시 스위스에서의 일상을 이어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