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영화

[악인전(2019년)] 나쁜놈이라는 정의가 뭐냐!

호기심을 품고사는 중 2020. 6. 5. 21:48

 

악인전

2019년 한국영화

감독 : 이원태

출연 :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유승목

최민철, 김규리, 김윤성, 허동원

유재명, 오히준, 문동혁

 

 

개인적인 생각으로 '악인전'은 마동석을 맨 앞 주연으로 내세운 '식상한 폭력물' 중에서는 '범죄도시' 다음으로 가장 높은 흥행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범죄도시' 이후에 마동석을 앞세운 유사한 액션영화가 참 많이 나왔습니다.  다작배우 타이틀을 얻었고, 다른 영화였지만 같은 연기, 같은 캐릭터로 식상함을 많이 주었죠.  그래서 '동네 사람들' '성난 황소' 등 시원스런 마동석표 액션 영화들은 기대만큼 흥행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뻔한 캐릭터로 계속 영화를 울거먹는게 꼭 단점이 될 수는 없습니다.  역대 할리우드 최고의 장기 흥행배우였던 존 웨인의 경우 40여년을 동일한 캐릭터로 다작을 하면서 10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했으니까요.  물론 시대는 많이 달라졌지만 모든 배우들이 다니엘 데이 루이스나 조니 뎁 처럼 다양한 연기폭을 가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영역을 확고히 구축해서 오랜 인기를 누리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몇 편 안되지만 이소룡이 그런 케이스고, 스티븐 시걸 같은 배우도 전형적인 그런 인물입니다.  주로 액션 배우들이 이런 좁은 캐릭터를 오래 활용하는 편이죠.

 

 

 

 

 

 

'악인전'은 이렇게 주먹 센 남자 마동석을 앞세운 영화지만 '범죄도시' '성난 황소' 동네 사람들' 과는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마동석이 덩치크고 꽤 싸움을 잘하는 강인한 캐릭터라는 점은 유사하지만 이번에는 선역이라기 보다 조폭 두목인 사실상 악역입니다.  악을 응징하기 위해서 무차별 돌진과 주먹을 휘두르는 기존 캐릭터와는 그래서 좀 달랐습니다.  다만 조폭 두목이며 폭력, 살인을 일삼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제목처럼 더 나쁜 놈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동석이 나쁜놈, 악당 이라면 한 술 더 떠서 악마같은 인간이 나옵니다.  그냥 아무나 죽이고, 칼로 난도질을 하고, 그런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니까요.

 

그리고 마동석만의 독무대는 아닌 것이 김무열의 비중도 주인공이라서 투톱 주연입니다. 김무열도 열혈 형사 역으로 아주 강하고 인상적인 캐릭터입니다.   김무열은 유약한 샌님 같은 역할도 무난히 소화하는 배우지만,  스릴러 '기억의 밤'에서 강인한 역할을 잘 소화해냈고, 이번에 꼴통끼 있는 형사를 연기한 '악인전'에서는 아주 터프하고 거친 역할을 잘 해냅니다. 마동석이야 많이 봐온 연기지만 김무열의 역할에 더 눈이 갈 정도입니다.  앞으로 김무열의 연기 방향의 정체성이 제대로 찾아진 느낌이 들 정도로.  마치 마크 월버그와 고수를 믹스한 듯한 인상에 곱상해 보이는 외모에서 표현되는 강렬함이 인상적이었지요.  마동석 뿐만 아니라 김무열의 이 시원시원한 연기 때문에 시너지가 많이 났던 작품입니다.

 

 

 

 

 

열혈 형사 정태석(김무열)과 조폭 두목 장동수(마동석) 와의 대립이 기초가 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장동수가 귀가길에서 연쇄 살인범의 칼을 맞고 크게 부상을 당하면서 장동수 대 정태석의 대립 구도가 협력구도로 변하게 됩니다.  칼로 무차별하게 사람을 난도질해 죽이는 연쇄 살인마,  그런데 조폭이고 주먹이 쎈 장동수만이 유일하게 그의 칼침습격을 맞고도 목숨을 부지합니다. 대신 조폭 두목으로 체면을 구겼죠.  감히 조폭 두목을 건드린 새파란 놈을 잡아서 갈기갈기 찢어줄 목적으로,  연쇄살인마를 체포해서 법의 심판대에 올릴 목적으로, 목적의 결과는 다르겠지만 목표로 하는 놈은 동일한 조폭 두목과 형사는 그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잡겠다는 목적으로 잠시 숙적에서 협력자가 됩니다.  협력은 그 연쇄살인마를 잡을 때까지, 특히 장동수는 그 살인마의 얼굴을 보고 그에게 부상을 입힌 유일한 목격자이기도 합니다. 

 

경찰과 범죄자의 협업,  뭐 오래전 '48시간'이라는 영화도 있었지만 '악인전'은 그 영화와는 설정 자체가 다릅니다.  경찰의 통제를 받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합류한 범죄자가 아니라 그냥 동등한 상황의 협업입니다.  더구나 먼저 범인을 잡는 자가 알아서 하는 규칙, 정태석과 장동수는 서로 범인을 먼저 체포하려고 사력을 다합니다.



 

 

 

 

 

보통 이런 영화는 악역과 선역의 피터지는 싸움이 클라이막스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범인을 잡기 위해서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기는 하죠.  히자만 범인보다 훨씬 강력한자가 추적하기 때문에 범인과의 대결이나 싸움 자체가 포인트가 아닙니다. 조폭과 형사의 대립과 치열한 수싸움, 그런 부분이 주된 포인트이고 그 부분에서 마동석과 김무열의 치열한 연기대결과 기싸움이 볼만합니다.  그리고 범인을 잡는 과정도 치열하지만 잡은 후의 과정을 보여주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코넬 울리치 원작을 영화화 한 '비련의 신부'가 살짝 생각나기도 하고요.(원작소설이 아닌 원작각색 영화말이죠) 그리고 증거를 남기지 않는 범인을 어떻게 마동석이 올가매느냐의 흥미도 있고.

 

감독이 이런 장르 취향의 관객을 목표로 해서 만든 영화 같습니다.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폭력 오락장르를 즐기는 관객이 좋아할만한 여러 요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마동석의 시원한 액션도 등장하고.  조폭과 경찰의 뼈있는 대화들도 흥미롭고. 조폭 양아치 새끼라고 비아냥거리는 경찰에게 '우리 같은 놈들이 없다면 너희는 뭐 먹고 사냐'라는 대사도 그렇고 특히 인상적인 것은 '너희는 돈 받고 일하지만 우린 목숨걸고 일하다'라는 조폭의 대사입니다. 하긴 틀린 말은 아니네요.

 

사람 찾는데는 경찰보다 조폭이 한수 위? 실제 그렇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에서 얼굴을 아는 사람을 찾는 조폭 나름의 수색방법이 꽤 디테일하게 묘사됩니다.  애들(조폭의 조직원들)을 쫘악 풀어서 찾으려는 인물이 출몰한 지역의 숙박업소, 유흥업소, 노래방, 음식점 등을 다니며 빡센 탐문을 하는 것이죠.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정말 이런식으로 찾아다니면 숨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투톱 주인공 영화들이 흥행에 더 수월하다는 걸 느끼게 한 작품입니다.  마동석 혼자보다 확실히 김무열이 가세하여 공동 주연을 하니 훨씬 덜 식상하고 볼만합니다.  걸작보다는 흥행작을 염두에 두고 만든 느낌이 확연하며 시원시원하게 전개가 되는 영화입니다.  신파 없고, 외설 없고, 액션과 폭력입니다. 전개도 빠르고.  열혈형사, 나쁜 조목, 악마같은 연쇄살인마, 그리고 그 주변인물들, 김규리, 유승목 등 중견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하고 경찰 액션 영화중 '악질경찰'이나 '뺑반' 보다 재미가 더 뛰어납니다.  쓸데없이 다른 부분 끌어오는 것 없이 본연의 이야기에만 충실힙니다.  이 영화는 경찰 폭력 조폭 액션영화다 이런 정의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청불영화라 관람객이 다소 한정되겠지만 200만 손익분기점까지 씩씩하게 달려볼 만 할 것 같습니다.  '어벤져스' 이후 숨고르기를 끝낸 관객들이 각자 취향저격 영화들을 찾아 나설텐데 이런 액션 오락영화 선호자들은 꽤 많을 테니까요.

 

ps1 : 이런 영화 볼때 가장 짜증나는게 영화속 어떤 특정 캐릭터가 아주 바보같이 행동할때인데 이 영화는 그런 답답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 별로 없네요.

 

ps2 : 연쇄살인마에게 감옥 이라는 공간은 너무도 너그럽고 편안한 곳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실감나게 만드는 내용이네요.

 

ps3 : 어벤져스 폭풍 이후 박스오피스를 '걸캅스'와 '악인전' 등 경찰 액션물이 차례로 점령하네요.  여성 경찰액션, 남성 경찰액션으로 나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