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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샤이닝, 2020 리뷰, 해석

호기심을 품고사는 중 2020. 6. 4. 16:29

1. 관심극 / 어려운 극

2. 관람회차 : 4/30

3. 관극 조합 :

프로이트: 김승대 / 융: 성두섭 / 쉐도우: 송용진

4. 시놉시스

5. 간단 리뷰+해석

셜록 때 인상 깊게 봤던 송용진 배우가 새로 들어간 뮤지컬이라서 연휴 전날로 겟한 회차. 보기 전에 검색을 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극이라고 해서 왜 어렵지? 했다가 가서는 아 어렵구나. 한 극이었다.

정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로이트와 칼 구스타프 융의 이야기. 처음에는 둘 사이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이 극은 융의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다.

극에서 보일 때는 마치 융이 프로이트의 제자로 보이지만, 사실 융은 이미 학계에서 인정을 받은 학자였다. 융은 프로이트의 저서인 “꿈의 해석”에 있는 “무의식”이라는 세계가 자신이 추구하는 정신학의 방향과 맞다는 것을 알고 프로이트를 찾아간다. 당시 본인 포함 유대인이 대부분이었던 정신분석학에서 프로이트는 스위스 출신의 이 학자가 자신의 이론을 옹호한다는 것을 반기며 맞이했고, 둘은 교류를 한다. 극의 초반은 이 부분을 다루고 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던 둘이 학문을 연구하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한다.

하지만 둘의 연구는 프로이트의 무의식의 중심이 ‘리비도’라고 불리는 성을 전면에 부각하는 무의식에 반대를 하며, 둘의 학문적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극에서 이 부분을 커다란 강연장에서 발표하는 프로이트에 참석한 학자들이 비판을 하며, 융에게 프로이트의 ‘리비도’와 ‘트라우마’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부분에 동의 하는지를 묻고 융은 자신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갈등이 시작된다.

융은 실제로도 심령학에 관심이 많았고, 꿈을 통해 무의식을 치료하는 정신의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이후 그의 이론은 공상이라며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극 중 그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다. 어두운 곳에서 자신에게만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자꾸 반복되는 꿈. 그 꿈을 먼저 얘기하자면, 어떤 저택의 계단을 한없이 내려가는데 층을 내려갈수록 인테리어가 역사가 바뀌어 간다. 무슨 말인가 하면, 처음에는 현재의 인테리어가, 그 다음층에는 르네상스가, 그리고 지하바닥 아래에는 그리스의 인테리어가 나온다.

융은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내세웠는데, 융의 이론에 따르면 한 인간의 무의식의 배경은 개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이 있으며, 개인에 집중했던 프로이트와 달리, 사람들이 역사와 문화를 통해 공유된 정신적 소산의 결과인 집단 무의식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 집단 무의식은 신화일수도, 꿈일수도, 예술일 수도 있으며 고대로부터 내려온 것이다. 즉, 극 중의 이 꿈속에서 과거가 나오는 장면은 융의 집단무의식의 개념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여기에 쉐도우라는 배역이 나온다. 송용진 배우가 연기한 배역이었는데, 이 배역은 융의 이론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극은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융의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감이 안잡히게 전개된다. 쉐도우가 프로이트를 죽이는가 하면, 프로이트가 어느새 옆 의자에 앉아 다시 융을 상담해주고 있다.

극 중에 융은 계속해서 쉐도우가 누구인지 찾고 또 찾는다. 쉐도우는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는 프로이트에 융이 진심을 말하라고 부추기기도 하고, 융이 프로이트를 뛰어넘을 사람이 될 것이라고 융에게 말하기도 한다. 단순 환각일까 정신분열일까. 극이 후반부로 가면서 융은 마침내 쉐도우를 기억하게 된다.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는 법. 융의 이론에서 ‘그림자’는 인간의 어둡거나 사악하고, 부정적인 측면이다. 숨기고 싶었던, 숨겨야만 할 것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극에서 융은 자신의 쉐도우와 화해를 한다. 융의 이론에서 한 사람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으로 ‘그림자’를 인정하는 것은 말한다. 즉, 사람이 자신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것을 알고, 인정하여 방치하지 않고 관리하여야 건강한 정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극중 ‘쉐도우’는 융의 정신의 그림자였으며, 그를 깨닫고 인정한다. 그리고 융은 쉐도우에게 받은 칼로 자신의 목을 긋고, 기나긴 꿈에서 깨어난다.

극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처음 보는 극이었고, 정신분석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고 집에 오는 길에 검색을 하고 대략적인 내용을 공부하고 기억을 되새기니 정말 잘 만든 극이었다. 하지만 역시, 항상 생각하는 것은 극들이 조금은 친절했으면 좋겠다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이 극에서 또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캐스팅. 무대엔 3명의 배우가 서는데, 프로이트와 융을 연기한 배우들 총 6명이 제 각기 다른 쉐도우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1회차 공연의 프로이트가 A, 융이 B, 쉐도우가 C 였다면, 2회차 공연에서는 프로이트가 C, 융이 D, 쉐도우가 A 배우가 한다는 것. 프로이트와 융의 배역이 겹치치 않는 만큼, 원래 프로이트를 연기한 배우가 하느 쉐도우와 융을 연기한 배우의 쉐도우를 보는 맛도 쏠쏠한 회전문 재미일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보기 전에 간단한 공부를 하고 가면 더 좋은 극이었다:)